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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펌]J군이야기
 강하늘
 2022-10-13 01:05:44  |   조회: 33
첨부파일 : -
당연히.



실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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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문득 가렵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감은게 언제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족히 열흘은 넘었다.





열흘.



뇌수술을 받은적이 있는게 아니라면.



그동안 머리를 감지않고 버텨본 사람이.



확실히 성인남녀의 절반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에겐 생활 그 자체였다.



민망한 얘기이지만.



2학기 기말고사 무렵부터 구정 전까지 머리를 감지 않은적도 있으니 말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까만생머리가 탐스럽게 떡이 진 그 자태란...









머리감은지 2주가 넘어가면.



헤어스타일을 원하는대로 바꿀수가 있다.



드래곤볼의 트랭크스 머리나, 우주소년 아톰의 머리도.



단 30초면 손으로 빚을 수 가 있다.







물론.



그 즈음의 머리칼엔.



엄청난 양의 기름과.



습기와 먼지가 엉겨붙어 있으므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후 에는.



손을 씻는것이 좋다.



하지만 2주간 머리를 감지않은 사람이.



손 이라고 씻을리가 없다.





머리칼이 엉키는것은, 사실 그보다 훨씬 전 얘기다.



4.5일 정도만 감지 않아도.



빗을 쓰는것이 부담스러워 진다.



하물며.



2주니.



한달이니.



하는 기간동안 참았다면 어떠랴.





난 빗을 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빗이 없다.











집안의 관혼상제가 있을때면.



정결하게 머리를 감고.



단아하게 거울앞에 앉아.



엉킨 머리칼을 손으로 풀곤 했었다.







일주일간 머리를 감지 않았다면.



그것을 푸는데에 5분 정도가 소요된다.



한달 이라면 30분.



..



30분 씩이나 거울앞에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선



머리칼을 푼다는건.



매우 고역이다.



일을 마친후엔.



미처 풀지 못하고 끊긴 토막들이 수북하게 쌓이는데.



난 그것을 모아 수염을 만들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 난 마사루의 팬 이었다 )







그해



구정때.



그러니까 내가 거의 두달만에 머리를 감고 친지들 앞에 나타났을때.



나의 매형은.



누나에게 말했다고 한다.







' 쟤한텐 이상한 냄새가 나는거 같아. '









쪽팔린 꼴을 보이기 싫었던 누나는, 그럴리가 없다고 강변했지만.



솔직히,



누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확실히. 냄새가 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난 두달만에 목욕을 하기도 한 것인데.



그 목욕 이라는건.



수건에 물을 적셔서.



스윽, 스윽.



두어번 닦은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수건이라는것도.



행주, 걸레. 수건을 겸하는 물건 이었다.







차례를 지낸후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전철.



전철안엔 매우 예쁘게 생긴 계집아이가 엄마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는데.



내가 그녀(?)의 곁에 가자마자.



얼굴을 찡그리며.



엄마뒤로 숨었다.







'엄마. 저 아저씨 한테서 이상한 냄새나'



' 으응? '



' 화장실 냄새 나'







아이의 목소리는 유난히도 톤이 높고 커서.



그 칸의 모든사람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이의 엄마는 매우 민망해 하며, 나와 아이를 번갈아 쳐다 보며.



내게 어색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다른사람들도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 했다.







당연히.



그아이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예쁘다' 에서



'존나 버르장머리없고 ㅅㅅ가지 까지 없으며 짜증 이빠이 나는 애ㅅㄱㄱ' 로 바뀌었다.







어찌되었건. 고통스러운 순간 이었는데.



비극은 언제나 새로운 비극을 낳기 마련이다.



......



하필.



그때.



내 바지의 단추가 풀린 것이다. (아니, 떨어져 나간 것이다 )







조금 더 설명하자면.



당시 내 바지는 지퍼가 고장나 있었고.



벨트도 없던 시절이다.



그리고. 겉옷은 검은색 바바리코트.







바지는 지하철의 진동으로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으며.



'냄새'로서 이미 충분히 주목받고 있었던 나는.



더이상 바지를 흘러내리지 않게하기 위해.



다리를 모으고 몸을 꼬아야만 했는데.



..그 포즈는.



누가 보아도.



충분히 이상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더이상 흘러내려서는 안될.



마지막 선을 지키기 위해.



바바리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 손으로 주머니와 바지를 동시에 움켜 잡았는데.



그때.



바로 그때.



존나 버르장머리없고 ㅆ가지 까지 없으며 짜증 이빠이 나는 애ㅅㄱㄱ가.



믿을 수 없는 말을 했다.







' 엄마. 저 아저씨 꼬추만져~ '







전철안에서.



나를 주목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 눈빛은.



의심과 경계 에서.



확신과 분노로 바뀌었다.









.. 나는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저 꼬마와 나는 아무런 은원 관계가 없는데.



어째서 내게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만들어 지게 하는거지?







그리고, 다시 연달아 두개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첫번째는.



어떤 중년의 남자가



' 추접한짓 하지말고 나가! 누가 경찰 불러 경찰! '



.. 이라고 소리를 친 것이고.



두번째는.



그 말에 당황해 손을 빼고 해명을 하려던 찰나.



바지가. 무릅에 걸린 것이다.



........









전철안에 들어올때 부터. 시선을 받으며. 이상한 냄새를 풍기던.



긴 머리칼에 창백한 피부.



그리고 검은색 바바리를 입은 청년은.



대여섯살 짜리 꼬마 계집아이 앞에서.



야릇한 표정으로.



바지를 까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이것은 내 인생을 통털어.



가장 억울하고도 재수없는 사건중 하나로 아직까지 기억되어 있는데.



그건 내 생각이고.



다른사람들의 생각엔.



틀림없이.









훌룡한 변태ㅅㄱㄱ.







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







그 후의 기억은 끊겨있다.



심리학적으로.



잊고싶은 일을 강제적으로 잊게되는 현상을 '억압' 이라고 한다.



확실히.



그 일은 내게



억압되어 있었는지.



필름이 중간중간 잘려 있는데.





허겁지겁.



엉거주춤 쭈그리며 바지를 올리려던 기억과.



바지를 부여잡고 황급히 다른칸으로 도망치던 기억.



등뒤에서 울리던



야유와 분노의 목소리들.



정도는 아직도 남아.









.. 나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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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S군 이야기와 지금 J군 이야기는...



3-4년 전쯤 제가 하이텔에 올렸던 글 입니다.



당시 나우누리 7년차의 파워유저-_- 였던 제가.



굳이 남의 기생아이디를 사용해 하이텔에 글을 올렸던것은..



당시 나우에 저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성격탓인지.. 그게 어쩐지 쑥스러웠습니다.



마음의 고향같은.



나우유머란의 쇠락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있던차에..



하드에 남아있던 예전글을 보고 ..  문맥 몇개만 고쳐서 다시한번 올려봤습니다.







글 재주도 변변찮은데다.



남을 웃길만한 이야기도 많이 겪지 못한탓에.



꾸준히 글 올리는것은 불가능 하겠지요.



종종 로그인 해서 멋진글에 리플이라도 달며.



그렇게 나우누리의 마지막을 지키려 합니다.









파란화면과 atdt 01410 의 추억을 영원히 가지고 싶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로그인 부탁드립니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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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우누리 유머게시판



        나우누리를 지키는 마지막 전사....
2022-10-13 01:05:44
218.154.9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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