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커피 내리는 물 vs 차 우리는 물
#5. 커피 내리는 물 vs 차 우리는 물
  • 이대로
  • 승인 2020.08.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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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윤(jylee@bau.ac.kr)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조교수
한국외식음료개발원 워터소믈리에 분과장
한국수자원공사 워터소믈리에 자격증
#5. 커피 내리는 물 vs 차 우리는 물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주고받는다. 손님이 방문하였을 때 대접의 의미로 혹은 쉬는 시간이 필요할 때 가족 혹은 친구, 동료끼리 주고받는 매우 일상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질문의 주체인 차(tea)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 정말 녹차, 홍차 혹은 커피, 탄산음료, 주스 등의 마실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두 번째, 마시는 것이 아닌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자 할 때 준비운동처럼 권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커피 혹은 차는 정신을 반짝하게 하는 각성효과를 위해서도 찾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에도 커피 혹은 차를 마시기도 하고 권하기도 하는 가장 인기 있는 기호음료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커피와 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은 홈카페까지 이어져(요즘은 홈카페바리스타를 위한 도구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음)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본인만의 다도를 즐기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커피와 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커피와 차를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바로 이다. 커피를 추출했을 때,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94~98%, 차를 우렸을 때는 98.5%가 바로 수분으로 되어 있다. , 커피를 내리고, 차를 우리는 물이 어떤 종류의 물인가에 따라 커피와 차의 향과 맛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필자는 얼마 전 워터강의를 진행하던 중, 정말로 물에 따라 커피 맛이 정말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다. 프랑스 생수의 대표주자인 에비앙과 우리나라 생수의 대표주자인 삼다수로 핸드드립 후 커피맛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도가 매우 높은 에비앙으로 추출한 커피는 솔직히 마시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맛이 없었으며, 삼다수는 평소에 마셨던 커피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피를 추출하는데 어떤 물을 사용했는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결과였다.

차의 종주국인 중국에는 물은 차의 어머니, (= 차를 우리는 도구 중 하나인 자사호를 뜻하는 단어)는 차의 아버지(水爲茶之母, 壶爲茶之夫)’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만큼 차를 우리는 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당나라 시대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육우가 집필한 차() 백과사전인 다경(茶經)에서는 차를 끓이는 방법과 함께 각 지방의 수질(水質)에 대한 특징과 평가를 기술하였다. 또한 물의 그 근원에 따라 山水上, 江水中, 井水下의 순서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가장 좋고, 강물은 중간, 우물물은 가장 나쁘다고 서열을 정리하였다.

그럼 맛있는 커피와 차를 완성하기 위한 물의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커피의 경우, 유럽에서는 진한 커피를 미국에서는 연한 커피를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은 경수, 미국은 연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아메리카노(아메리카노는 미국인들이 너무 쓴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못해, 물에 에스프레소를 희석하여 마시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메뉴이다. ‘Americano’는 미국인들이 마시는 커피라는 뜻)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메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커피는 차보다는 맛과 향에서 경도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다 보니, 물이 커피의 향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의견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에 적합한 물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여 볼 때, 커피를 추출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물은 정수 혹은 연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1982년 설립된 세계 최대 커피무역 협회로 커피를 추출하는데 적합한 물에 대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SCAA에서 제시한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하는 물에 대한 기준 중에서 특히, 염소는 전혀 없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돗물에 번식할 수 미생물을 살균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돗물처리과정 7단계에서 염소를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수돗물을 받으면 약간 소독약 냄새가 나는데, 바로 염소 때문이다.

염소는 휘발성이 강해 끓이면 사라지는 성분이므로 수돗물을 받아 물을 끓이게 되면, 염소가 날아가 커피를 추출하는데 적절한 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물을 끓이게 되면, 물속에 있는 산소도 같이 사라지게 되어 커피의 맛과 향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으니, 애초에 염소가 포함되지 않은 물을 선택하면 된다.

또한 미네랄의 경우도 미네랄 함량이 너무 높으면 커피 맛이 쓰고, 너무 낮으면 밋밋한 커피가 추출된다. 이는 커피가 추출되면서 커피 속의 수많은 향미 분자와 미네랄 성분들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페 혹은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에서는 커피를 추출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정수기 혹은 연수기를 갖추고 있는 것이 좋다.

차는 커피보다 조금 복잡하다. 그 이유는 중국에서 차를 6대 차류(녹차, 황차, 백차, 오룡차, 홍차, 흑차)로 구분하고 있는데, 기준은 발효도와 제다방법이다. 기준에 따라 차마다 함유하고 있는 성분함량(차에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성분은 카페인, 테아닌, 카테킨 성분임)에는 차이가 약간씩 있으나, 기본적으로 모두 연수가 좋다. 그러나 연수이더라도 한번 끓인 물을 다시 끓이는, 즉 재탕한 물은 좋지 않다. 물을 끓이면 물속의 산소(물속에 산소가 많으면, 청량감을 느낄 수 있음)가 계속 증발하기 때문에 재탕한 물은 차를 우리기에 적절하지 않다.

연수는 차의 향과 맛 성분을 잘 우려내지만, 경수는 차의 성분 중 탄닌이 칼슘 혹은 마그네슘과 결합하여 잘 우러나지 못하게 하는 특징이 있고, 철분이 많이 함유된 물로 차를 우리면 탄닌과 겸비하여 제대로 된 탕색(차를 우린 색)이 우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녹차는 물의 경도에 민감한 차류로 녹차를 끓일 때는 반드시 좋은 연수를 사용해야 한다. 좋은 녹차일수록 테아닌과 카테킨의 성분이 많기 때문에 쓴맛이 없고, 부드러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차를 우릴 때는 차를 생산한 지역의 물이 가장 좋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의 유명 녹차 중 하나인 용정차도 같은 지역 서호의 호포천으로 우리면 차맛이 일품이라고 하여, 항주쌍절(杭州双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홍차의 경우 특히 향과 탕색이 영향을 받는다. 만약 칼슘이 많은 물로 홍차를 끓이면, 홍차의 붉은 색깔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색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홍차의 산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되는데, 영국의 경우 중국산 홍차를, 독일의 경우 스리랑카산 홍차를 선호하는데, 이는 아마 두 나라 물의 경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인도 홍차 다즐링을 차 3g, 물 150ml, 시간 3분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수돗물과 에비앙으로 우려 보았다. 왼쪽사진: 수돗물, 오른쪽사진: 에비앙.
인도 홍차 다즐링을 차 3g, 물 150ml, 시간 3분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수돗물과 에비앙으로 우려 보았다.
왼쪽사진: 수돗물, 오른쪽사진: 에비앙.

실험결과 홍차의 붉은색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색이 나타나며, 탁함도 느낄 수 있다.

미국 티협회(Tea Association of the USA)에서 제시하는 차를 우리는데 적합한 물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위의 표에서도 차를 우리는 물로는 염소가 없어야 하며, 중성의 물이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 커피와 차 모두 연수가 가장 적합한 물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종로구 부암동의 ‘이음티하우스’. 가장 왼쪽에 갈고리와 같은 모양의 기계가 바로 정수기인데, ‘이음티하우스’에서는 차를 우리는데 가장 적절한 물로 미네랄 밸런스를 맞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종로구 부암동의 ‘이음티하우스’. 가장 왼쪽에 갈고리와 같은 모양의 기계가 바로 정수기인데,
‘이음티하우스’에서는 차를 우리는데 가장 적절한 물로 미네랄 밸런스를 맞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여행을 가서 마셨던 커피 혹은 차가 너무 맛있어서 원두나 찻잎을 사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서 마셔보면, 뭔가 다름을 느끼고 2% 부족한 것 같지만 여행지에서 마셨기 때문에 더 맛있었을 거라는 합리화로 이유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역시도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커피나 차를 마실 때 흔히 사용하는 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왜 커피가 맛이 없지? 왜 차가 맛이 없지?’라는 재료 탓을 하는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만약 커피와 차가 맛이 없고 풍부한 향이 나지 않는다면, 어떤 물을 사용하여 추출한 커피인지, 우려낸 차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길 바란다. 분명 맛없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estetica98/22205827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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