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 표기' 고집해 중소 K뷰티 업체 울리는 '한국콜마’
'제조업자 표기' 고집해 중소 K뷰티 업체 울리는 '한국콜마’
  • 이대로
  • 승인 2019.08.13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콜마가 국내 대다수 화장품 브랜드들이 반대하는 '제조업자 표기' 규정 유지에 앞장 서는데 이어 폐지까지 가로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자란 화장품을 생산, 제조하는 제조원으로 보통 한국콜마 등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나 주문자위탁생산(OEM)업체가 이에 해당된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현재와 같은 제조업자 표기 방식이 지속될 경우 한국콜마와 같은 굴지 ODM사의 배만 불릴뿐 K뷰티의 경쟁력은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책임판매업자(제조판매업자)'인 브랜드사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제품을 내놓아도, 중국 등 해외의 화장품 회사들이 국내 ODM사로 바로 연락해 비슷한 컨셉의 카피 상품을 찍어낸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이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화장품 선진국 프랑스는 물론 일본도 제조업체명을 제품에 표기하지 않는다.

12일 국내 뷰티 업계에 따르면 국내 1ODM사 한국콜마는 2012년 화장품법 개정 당시 제조원 표기 방식을 '나홀로' 고수하면서 해당 규정을 관철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난 2월에도 K뷰티 내에 제조업자 표기 폐지 움직임이 있었으나, 당시에도 한국콜마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부적절한 역사관을 가진 동영상 시청 논란을 빚은 뒤 "고객사인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된다"던 사과와도 다른 행보다

제조업체 표기 규정 폐지 계속 막는 한국콜마

현행 화장품법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은 제품을 생산, 제조하는 제조업자와 이를 판매하는 책임판매업자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 뒷면에는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의 명칭이 나란히 기재된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20128월 관련 법 개정에 앞서 공청회를 마련해 제조업자 표기를 없애고, 책임판매업자만 표기하도록 관련법을 수정해 달라고 정부 기관에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제조업자를 표기하면서 글로벌 유통망이 한국브랜드가 출시한 제품을 매입하는 대신 국내 ODM사를 통해 비슷한 컨셉의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미의 일부 유통사는 "한국 ODM 내에 단가를 다 아는데 제품이 너무 비싸다"면서 제품 가격을 내리는 일명 '후려치기'까지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K뷰티 브랜드들의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책임판매업자와 함께 제조업자를 함께 명기하도록 했다.

당시 제조업자 표기를 제외하는 방안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곳이 한국콜마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화장품협회와 한국화장품 중소기업수출협회, 학계 등 2011년 부터 있었던 공청회 자리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한국콜마가 해당 규정 수정을 사실상 혼자 강력하게 반대한 것은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라며 "결국 (한국콜마의) 입김에 밀려 제조업자 표기 방식이 유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 역시 "ODM(한국콜마)가 반대해서 제조업자 표기 규정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한국콜마는 제조업자가 표기 규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사세 확장과 매출 확대에 날개를 달았다. 특히 글로벌 전역에 K뷰티 붐이 일고 인기를 얻자 중국과 해외 화장품 회사들은 한국 화장품을 수입하는 대신, 유명 ODM사에 직접 제품을 의뢰하고 생산해 '직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콜마는 최대 수혜자였다. 그러나 고생 끝에 브랜드를 키웠던 국내 중소 화장품 회사들은 이런 식의 직거래로 양산된 카피 상품 때문에 판로를 잃고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박진영 한국화장품 중소기업수출협회 대표는 "현재 전 세계에서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를 나란히 표기하는 나라는 한국 정도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 일본 역시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를 함께 쓰다가 '도의'상 옳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제조업자를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불고 있는 한국콜마 불매운동 피해 역시 이 같은 제조업자 명기 제도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제조업자인 한국콜마의 오너의 문제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화장품 브랜드사로 불똥이 튀었다. 책임판매업자는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사실상 모두 책임을 지고 있다. 제조업자가 굳이 표기되지 않아도 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한국콜마의 횡포에 흔들리는 중소 K뷰티

국내 중소 K뷰티 기업들은 이 같은 제조업자 표기 규정을 폐지하거나 수정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보유한 엘앤피 코스메틱 권오섭 회장은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법 수정을 요청했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제조업자 표기 의무조항' 폐지안을 놓고 투표를 해 20개 사 중 찬성 14개사, 조건부 찬성 4개사, 반대 2개사로 사실상 화장품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2개사에는 한국콜마가 포함돼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화장품법 일부 개정에 앞서 업계가 '제조업자 표기 제도를 수정해 달라'고 입장을 모았다. 그런데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콜마가 뒤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국콜마의 제품력이 우수했으나 지금은 ODM 업체 사이에 제품력과 수준차가 크지 않다. 한국콜마가 중소 K뷰티 기업이 고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이 제도를 통한 매출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한국 중소 화장품 브랜드는 안팎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조업자 표기 규정이 유지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실제로 국제무역센터(ITC)가 조사한 올 1분기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국가별 수입액을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에 72000만달러(8600억원) 수출에 그치며 3위로 밀려났다. 1위 자리는 고품질 전략을 고수하는 일본 화장품(77000만 달러·9200억원)가 차지했다.

정연광 스킨미소 대표는 "중소기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제품 컨셉과 디자인, 제품력으로 입소문이 나 승부를 보는 구조"라면서 "과거 중국과 미국 등지의 글로벌 화장품 유통망이 우리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 몇 차례 매입하다가 끊겼다. 알고보니 제품 뒷면에 '친절하게' 적힌 ODM사에 직접 연락해 거의 비슷한 제품을 PL(유통업체의 기획브랜드)로 만들어서 팔고 있더라"고 말했다.

뛰어난 기획력으로 치고 나가도 ODM사가 명기돼 있다보니 남 좋은 일만 하고 끝난다는 것이다.

현 구조로는 중소 브랜드는 물론 '3' 수준의 제조업체를 빼고는 모두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밝혔다. 정 대표는 "외국 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카피하면서 원래 우리가 맡겼던 소규모 제조업자에게 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상위 1~2ODM사를 빼놓고는 모두 어려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고사 직전이지만 한국콜마는 제조업체 표기는 물론 제조사를 확인하고 사라는 홍보까지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한국콜마의 쇼핑백에는 '콜마'로고와 함께 '좋은 화장품을 고르는 방법 제조사를 확인하세요'라고 크게 명기 돼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 A사 대표는 "제조판매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 속에서 제조원을 표기하는 것이 소비자 정보제공 차원에서 나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제조사를 보고 사라고 브랜딩 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다. 제품을 의뢰하는 브랜드가 ''로 변화하면서 아무말 못할 것을 알고 하는 '갑질'"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한국콜마 측은 "기본적으로 ODM사로서 제조업체 표기 제도가 있어야 회사명이 노출된다. 저희로서는 규정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폐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또 "안정성 확보와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제조업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의안전처에 등록된 2000여 개의 제조업체 중 우수 화장품 품질제조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는 130여 곳으로 안다. K뷰티의 위상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업체 명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강서구 가로공원로 201-1호 (CM빌딩3F)
  • 대표전화 : 1899-3394, 02-2695-2255
  • 팩스 : 02-2606-4885
  • 대표이사 : 남궁영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정
  • 회사명 : 한국화장문화연구원
  • 설립일 : 1989-09-20
  • 제호 : APP저널
  • 등록번호 : 서울 자 00549
  • 등록일 : 2018-02-28
  • 발행일 : 2018-03-01
  • 발행인·편집인 : 남궁영훈
  • 사업자등록번호 : 109-02-85334
  • 통신판매신고 : 제2011-서울강서-0149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 서울남부 제2011-8호
  • APP저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APP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